머물고 싶은 자리


우연히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석해보면 공연히 섭섭할 때가 많습니다.

친구라면 함께 대화가 통해야 하는데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친구에게 너무 소홀 했었구나 싶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모르는 말을 하는 그 친구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특히나 그 대화의 주제가 나임에도 본인은 몰랐을 경우는 더 그러합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당사자는 알아야 하는 것이 마땅함에도 몰랐다는 사실은,

좋게 말하면 나를 배려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나를 속인 행동이기도 하니까요.

이처럼 사람들은 늘 함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모든 것을 주관할 수 있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매일 같은 집에서 함께 잠을 자고 일어나는 부부사이에도 알지 못하는 일이 넘쳐나는데, 아무리 친하다고 모두를 알 수 없음은 당연합니다.

때문에 조금이라도 많이 알려면 한 걸음일지라도 더 많이 다리품을 팔아야 합니다.

모임에 참석도 잘 하지 않으면서 똑같이 대접받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권리라는 것은 항상 책임이 따르는 것이고, 명예나 지위 역시도 그 자리에 어울리는 역할을 수행했을 때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아무리 친한 친구사이라도 친구라는 이름만으로 동등한 혜택이나 대우를 요구해서는 곤란합니다.

누군가가 도움을 간절히 원할 때 그 자리에 내가 있고 싶습니다.

물론 이러한 소원을 이루려면 다른 사람보다 몇 배의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압니다.

남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려면 내 스스로 얼마나 많고 다양한 것들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지 않습니다.

공연히 립-서비스처럼 말로나 마음으로 하는 도움보다 실질적인 행동으로 물질로 나눠야 하는 것은 진정한 도움입니다.

도움이라는 것은 도움을 원하는 사람이 못하는 것 전부를 대신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그것을 혼자서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평생 동안 그 사람 옆에 머물 수는 없으니까요. 

도움이란 내 것을 다 채운 뒤 다른 것을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내 것을 채우면서 틈틈이 내게 있는 것을 도움을 줄 수 사람에게 나눠 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이란 그릇은 평생이 걸려도 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순간은 채웠다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욕망이 존재하는 한 아마 자신의 그릇은 결코 채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서로의 모자람을 함께 채우거나 대신 채워줘야 하는 존재입니다.

정말 한 순간이라도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렇듯 내가 머물고 싶은 자리는 생각에 머물기보다는 행동하는 자리입니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이해(利害)를 따지게 되고, 이해를 앞세우면 공연히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워 망설이기 쉽습니다.

처음 발을 들어놓기가 두렵지 한번 뛰어들면 못 할 것도 못 이겨낼 것도 없으면서,

내게 닥치는 일에 대해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나보면 뛰어들어 저지른 잘못보다 이것저것 따지며 망설이다 뛰어들지 못한 것들이 더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음을 알 것입니다.

막상 그 자리에 가보면 돈과 같은 물질적인 것들이 아니더라도 나의 능력에 적합한 것들을 찾아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너무 돈 타령 시간 타령만 늘어놓기 보다는 모두가 함께 하는 자리는 솔선수범하여 먼저 어울리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내가 머물고 싶은 자리는 나를 위해 누가 주는 것이 아닙니다.

내 스스로 그 자리가 나에게 어울리도록 노력과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부모로써의 자리, 남편으로써의 자리, 직장에서의 자리.

그리고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서의 자신의 자리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합니다.

그 자리는 누구나 주어지는 자리인 것 같지만 그 자리에 어울리는 역할이나 책임과 의무를 다 할 때 주어지는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자리를 탐하기 보다는 그 자리에 어떻게 만들어갈까를 더 고민해야 합니다.

같은 물을 먹으면 생각도 같아진다는 말처럼, 먼저 자주 함께 어울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비단채

칼럼·단상·포토에세이·저널리스트 김진철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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