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는 나에게 그리움을 주었다


<편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리움이다.  

지금은 핸드폰 문자로, 스마트폰 카카오톡 또는 전화로 쉽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기에 어쩌면 편지가 무용한 수단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다니던 학창시절의 꿈 많은 소년에게 있어서 편지란 이성을 직접 대하지 않고도 마음을 고백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물론 전화가 없었던 시절은 아니었지만 지금처럼 개개인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어쩜 사치품이었다.

유행가를 배우기 위해서 포켓 유행가 책이라도 구입하면 뒷장 몇 페이지는 펜팔란이 빠지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무작위로 같은 또래의 여성을 대상으로 편지를 보내 적게 오는 사람이 제과점에서 빵을 사는 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적성종합고등학교, 현재 경기세무고등학교 시절에 012 삐삐친구도 사귀면서 목소리 너무 예쁜 여고생과 삐삐친구도 해봤고, 제주해안경비단 129 전경대 군생활 시절 펜팔을 많이 해왔다.

약간의 협박성 내용이 들어간 행운의 편지는, 학창시절 누구나 받고 고민해 보았을 것이고 또 내용을 살짝 수정하여 지인들에게 보낸 기억 한번쯤은 있었으리라.

어니언스의 <편지>라든가, <눈물로 쓴 편지>는 사춘기 소년의 마음이 되어 편지에 담겨졌었다.

편지를 자주 쓰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어휘력이 풍부해지고 문학적 감성을 지니게 되는 것 같다.

명언을 찾는 것은 기본이고, 문학작품에서 사랑의 대사들이 나오는 문구라든가, 영화의 명장면을 기억하여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또한 세계 대문호들의 문학전집이나 에세이집을 읽게 되고, 서정시인의 주옥같은 시들을 외우고 다녔다.

그래서 자기만의 비밀노트를 간직하고 있었다.

봄이면 개나리 색으로 여름이면 바다내음 물씬 풍기는 글로 가을이면 붉은 단풍이 물든 가을 정취를 담아 보내던 편지지 속의 빛바랜 낙엽들이, 책갈피에 끼워 곱게 말리던 정성이 그대의 심금을 울려주기를 간절히 원했었다.

말린 낙엽을 편지지 삼아 써 보냈던 편지.

각종 색종이를 붙여서 만든 편지지, 하얀 순백의 편지지.

하트모양 사각모양에다 다른 색깔의 볼펜과 서툴게 그린 그림들.

행여 남이 볼세라 접고 또 접어 보냈던 편지들.

지금은 영원히 기억 속에 남은 사연으로 남겨졌거나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졌겠지만, 그래도 나의 기억속에는 작은 그리움이 되었다.

편지지의 여백을 한 자 한 자 채우며 상대방의 얼굴을 기억하고, 마음속에 온통 그대에 대한 보랏빛 환상으로 채웠던 편지들...

타자로 찍어낸 듯 또박또박 써 보내던 눈이 큰 소녀...

마치 낙서하듯이 겨우 종이 한 장도 채우지 못한 채 보내왔던 긴머리 소녀.

비뚤비뚤 틀린 글자로 연필로 써 보냈던 농촌 봉사활동 때의 제자들의 편지.

긴 장편의 소설처럼 일상을 담아 나누던 문학소녀의 감동적인 편지 사연들.

난 아직도 뜨거운 가슴의 열정이 녹아있는 마음의 편지를 쓰고 싶다.

가슴 아픈 이야기, 기뻐하던 이야기,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립고 보고 싶다.

지금 이 순간 편지를 나누던 사춘기 친구들의 얼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유리창에 썼다 지우던 그리운 이름에게 못다한 말을 지금이라도 써 보내고 싶다.

당신은 내게 있어 잊어진 이름이 아니라 내 생이 끝나는 날까지 항상 같이 살아가는 이름이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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