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서 떠난다는 것은



인연의 사슬은 참으로 질기고 질깁니다.

그래서 한번 맺은 인연은 결코 끝나는 법이 없습니다.

대부분 죽음으로 끝나지만 인연은 죽음마저 허락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떠나있어 이제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하지만, 예견하지 못했던 곳에서의 우연히 만날 때도 있습니다.

또한 망자의 인연이 자식이나 친구를 통해, 연연히 이어져가는 모습도 아마 여러 번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서 떠난다는 것은,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어짐을 의미합니다.

함께 살아 던 사람들과 사진이나 글, 혹은 인연의 사슬로 연연히 이어진 지인들의 이야기에서도 잊어져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당초 누군가를 떠난다는 건 불가능한 것일 런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어려움에 처할수록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주지 못함이 미안하고 안쓰러워 그 곁을 떠나려합니다.

그러나 정말 그 사람에 대해 한순간이라도 진심이었다면 떠나겠다는 마음조차도 잊어야합니다.

떠나는 사람은 내가 그 사람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함을 의식해서입니다.

그러나 실상은 곁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되고 위안이 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 대해 용서하지 못해서일 것입니다.

누군가의 곁을 떠나면서 나를 잊어달라는 것은 남아있는 사람의 인생마저도 부정하라는 뜻입니다.

어찌 그동안 함께 했던 수많은 일들과 함께 만들어갔던 일상의 즐거움마저 지우라 하십니까?

차라리 곁에 남아 미움과 원망과 마음 절절한 아픔을 들어주는 것이 더 옳은 일입니다.

정말 이 사람만은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한 때는 죽을 것만 같은 고통과 슬픔을 감당하지 못하고 오직 원망만 가득 품었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뒤 생각해보면 단 한 번도 진심으로 그 사람을 내 곁에서 떠나보내지 못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 원망했음에도 언제부터인가 그 사람을 용서하고 마음으로 품고 있었음을 말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몸은 떠날 수 있어도 마음만은 결코 떠날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은 잊어진 사람이랍니다.

하지만 때로는 잊어질 수 있는 사람이기에 행복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살면서 그동안 보고 느껴왔던 수많은 것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면 사람은 아마 미쳐버릴 런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기억하고 잊어짐을 반복하면서 진정으로 내게 소중한 것들을 알아가는 것이 삶일 것입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필요한 것들이 달라지듯이 누군가를 완벽하게 잊을 수는 없습니다.

잊음은 망각이 아니라 지금 그것이 내게 필요치 않아서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가는 것처럼 착각하지만, 실상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천명이니 운명이니 하지만 과연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순간이 그 길임을 어찌 알겠습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누군가에게서 떠난다는 것은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는 항상 그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비단채

칼럼·단상·포토에세이·저널리스트 김진철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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