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그 쓸쓸함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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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오늘 일을 하다 창문 너머를 바라보게 되었다.

창 너머에 비친 은행나무에서는 은행잎이 노란색 비를 뿌리듯 떨어지고 있다.

누렇게 메말라버린 잡초가 스러진 위로 노란색 융단이 깔린다.

그리고 그 위로 나의 인생이 잠시 머문다.

어떤 사람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어떤 사람은 청춘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라고 자위하듯 말한다.

그러나 그런 말들은 자신이 늙어 감을 자각함으로써 이해될 수 있는 말들일 것이다.

이처럼 나 역시 어느새 과거를 그리워하는 가을 끝자락에 서있는 것이다.

아직 해야 할 일들이 한없이 남아있는데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 가을의 바람결도 왠지 모르게 차갑게 느껴진다.

 겨울이 떠나 봄이 오고, 봄이 흘러 여름이 오고, 여름이 흩어져 가을이 지나간다.

떠나고 흐르고 흩어지고 지나가면, 한 해는 나이처럼 나의 인생에 더해지고, 나는 그 나이를 힘겨워 한다.

이제는 세상의 법칙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어도 좋으련만 내 마음은 항상 이렇게 까탈스러워 한다.

거리를 지나다 만나는 가로수의 붉은 단풍이 처량하게 느껴지는 날들이 늘어간다.

나무 밑에 수북이 쌓여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은, 화려함 뒤에 숨은 죽음을 향한 고통스러운 몸짓인양 허무하다.

사무실 탁자에 놓인 화분에 늘 싱싱하게 자라던 화초도 노랗게 변하다 못해 어느새 붉게 말라간다.

이 모두가 그저 시간이 만든 잔상임에도 나의 마음은 그 속에 머문다.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 고통에 익숙하듯이, 삶을 이해해야 계절의 쓸쓸함을 느낄 수 있다.

젊었을 때는 쓸쓸함이 단지 감정의 분출이지만, 나이가 들면 그 쓸쓸함이 바로 마음이 내는 소리다.

눈은 계절을 바라보지만 마음은 인생은 바라본다.

 만추의 여백을 바라보듯 말이다.

어찌 인생을 아름답다 슬프다 말할까?

내 힘으로 단절하지 못하는 그리움이란 노래를 가을 언저리에 서서 찬바람 소내 지르듯이 불러 본다.

최선을 다해 살아왔음에도 최상이었노라고 말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만든 노래다.

시간앞에 서서 가을 그 쓸쓸이 부르는 노래를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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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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