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억새처럼 홀로 흔들리면서

Canon EOS 6D Mark II | Manual | Center-weighted average | 1/20sec | F/3.5 | 0.00 EV | 50.0mm | ISO-1600 | Off Compulsory | 2017:03:04 22:58:07


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을억새를 닮아가는 것 같다.

청춘의 짙푸른 빛이 사라진 곳엔 어느새 메마르고 말라비틀어진 앙상한 몸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작은 바람결조차도 감당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삶을 사는 지도 모른다.

말이야 늘 의지견장 한 듯 내세우지만, 이익이 되는 일이나 사람에게 마음이 쏠리는 것 역시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게 자기합리화 하는 하루하루를 산다.

일들을 돌아보면 모두가 안타깝고, 사람을 돌아보면 왠지 모르게 눈물이 핑 돌만큼 가슴 한쪽이 시리다.

그러나 계절이 겨울을 향해 흘러가듯이 나는 그렇게 겨울을 기다리듯 살아가야 한다.

지나 온 발자국을 지우기보다는 그 발자국이 나의 인생이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시간에 순응하는 것이 생명을 가진 것들의 숙명이듯, 이미 지나 온 것들은 그저 이력일 뿐 진정 내 삶이 되지는 못한다.

이렇게 나의 삶은 종착역을 향한 서러운 몸짓을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의지견장하게 살고 싶지만 난 늘 다짐에 그친다.

왜 그렇게 모자라고 부족한 것은 많은지, 왜 그렇게 한스럽고 원망스러운 것은 많은지 투덜거리며 산다.

그렇다고 생각해보면 딱히 대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조금만 내 삶을 방해해도 그 모두가 미움의 대상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제발 조금만이라도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싶은데 왜 이렇게 조급해하는지 모르겠다.

가을 날 들녘에 저 홀로 흔들리는 가을억새처럼 살아도 그만인 것을 말이다.

사람과의 인연은 때로는 행복을 선물하지만 또 때로는 불행도 가져다준다.

자주 만나는 사람끼리는 싸울 일도 말할 내용도 풍부하지만 한편으로는 친한 거리만큼 요구사항도 많아지기 마련이다.

체면도 차려야하고, 자존심도 지켜야하고, 도움도 베풀어야 하고, 사랑과 관심도 줘야 한다.

물이 필요하면 물도 줘야하고 배가 고프면 밥도 챙겨줘야 한다.

그래야 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은 항상 좋을 수 없다는 것이다.

때로는 서로의 사정이나 상황에 따라 일방적인 요구나 도움이 될 때도 있을 것이다.

이 때 마다 오해와 싸움이 일어난다면 그만큼 피곤한 일도 없을 것이다.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많이 가진 사람은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 사람심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때로는 긍정으로 때로는 부정으로 그 삶에 더해져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의 인생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누구나 스스로 인생의 주인으로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인생의 주인이라기보다 하인으로 산 날이 더 많았음을 자각하게 된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며 자신만의 삶을 살고 싶어 했음에도, 돌이켜보면 어떠한 것이 내 삶이었나 싶다.

마치 가을억새가 거친 바람을 견디기 위해 흔들림에도, 나는 그 흔들림조차 비난하며 살았던 것이다.

그것이 남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 인양 믿으면서 말이다.

오늘도 바람이 분다.

그 바람을 맞으며 가을 억새는 오늘도 흔들릴 것이다.

나 역시도 가을억새처럼 흔들리면 살았던 날들이 중심을 잡고 산 날들보다 많았을 것이다.

이 모두가 이익을 쫓아 표리부동한 탓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삶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이 없어서일 것이다.

그렇게 옳음이나 그름조차 분별이 무의미할 정도로, 이제는 겨울을 맞이하는 저 가을억새처럼 살아갈 뿐이다.

 

Canon EOS 6D Mark II | Aperture priority | Pattern | 2sec | F/2.8 | 0.00 EV | 70.0mm | ISO-100 | Off Compulsory | 2017:03:04 17:54:06


비단채

칼럼·단상·포토에세이·저널리스트 김진철 웹사이트

    이미지 맵

    단상 다른 글

    댓글 0

    *

    *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