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떨어지듯 계절은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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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미래를 향해 길을 떠나는 나그네와 같다.

그 길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에서 끝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쭉 뻗은 평탄한 길인지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 길인지도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떠미는 대로 죽음이란 종착역에 이르는 순간까지 멈춤 없이 걸어가야 한다.

골목길 낡은 벽돌담 위로 담쟁이 잎이 붉게 물들어 간다.

갈라지고 비틀어진 담벼락 사이로 힘들게 물들어가는 덩굴이 마치 내 모습 같다.

길가에 무성하게 자라던 잡초들도 어느덧 누렇게 채색되어 앙상한 몸통만 바람에 흔들린다.

도로가 한적한 곳 가로수가 서 있던 곳마다 수북이 낙엽이 쌓이고 그 위로 이별의 아픔이 스쳐지나간다.

이처럼 온 산과 들 그리고 계곡은 단풍이 그린 오색의 물결로 가득하다.

아직 나무에 매달린 잎은 그 나름대로 물들어가고, 물들다 못해 떨어진 단풍은 온 세상을 무지개로 채우고 있다.

오색 단풍이 시간과 계절을 넘어 퇴색되고 부서져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바람에 날리고 물결에 떠돌다 그 생을 다할 것이다.

예전 책갈피 속 말린 단풍잎 하나 사랑의 고백이었건만, 어느덧 세월이 어깨에 쌓이듯 낙엽이 되었다.

단풍이 떨어지듯 계절은 가고 사람도 떠나버렸다.

밤사이 소리 없이 내린 눈서리를 이불삼아 자다보면, 언젠가 또다시 화려한 단풍으로 태어날 것을,

단지 버려짐이 원망스러워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었음을 잊고 사는 날들이 늘어만 간다.

고운 단풍이 들기 위해서는 일교차가 큰 맑은 날씨의 도움이 필요하듯이, 매년 저 혼자서는 그 붉음조차 다 채우지는 못한다.

산이 높을수록 단풍은 오래가기 어렵고 계곡이 깊을수록 단풍이 그 붉음을 더하듯이, 정상에 집착하기보다는 마음의 즐거움이 먼저다.

죽음은 곧 생명이요 버림은 곧 얻음이라, 떠남이 있어 만남이 있고 슬픔이 있어 기쁨이 있는 법, 영원한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사라짐은 잊어짐으로 인해 생기듯, 사랑은 가슴으로 말하고 가슴으로 느낄 때 서로에게 영원이 되는 것이다. 

미리 단정하지 않고 바라봐야 진실을 볼 수 있다.

오늘도 단풍의 화려함을 쫒아 이산저산 찾아가지만, 그렇다고 항상 예쁘고 고운 단풍만 만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서리에 맞아 검은 점이 새겨지고, 쭈그러들고 시들어버린 단풍을 보는 날이 더 많다. 

때로는 단풍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쓸쓸함마저 즐거움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사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산다.

하지만 인생은 슬픔 뒤에 즐거움이 어려움 뒤에는 편안함이 숨겨져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짧은 화려함을 뒤로하고 떨어져야하는 단풍의 숙명도 우리들 삶과 한 치 다를 바 없다.

매년 변함없이 다가오는 계절이지만 그 계절조차 단지 가슴으로만 느껴야하는 사람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Canon EOS 6D Mark II | Manual | Spot | 1/100sec | F/3.2 | 0.00 EV | 30.0mm | ISO-200 | Off Compulsory | 2017:03:04 14:40:59


비단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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