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인식함으로써 나의 세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렇다. 

가을 날 하늘처럼 항상 푸를 수도 없으며, 

망망대해를 붉게 물들인 저 노을처럼 항상 아름다울 수도 없다. 

바람 부는 날 언덕배기에서 자란 억새인양 가만히 있고 싶어도 흔들리기 마련이고, 

마을 어귀에 서있는 빛바랜 장승처럼 비바람이 불어도 묵묵히 견뎌야 한다. 

우리의 삶 역시도 그렇다. 

나의 생각이나 가치가 모든 사람에게 항상 올바를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고, 가지고 있는 것보다 가질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몸은 하나인데 수많은 것들을 탐하고, 능력이 닿지 않음에도 한없이 소유하려 한다. 

순간을 살면서도 마치 영원을 사는 것처럼 살아간다. 

세상은 삶을 통해 배우는 것이다. 

젊은 날에는 꿈과 희망이란 이름으로 열정을 다하지만, 

나이가 들고 세상에 대한 경험이 쌓여갈수록 오히려 세상과 타협하며 살아간다.  

세월을 돌아 삶이 깊어지고, 시련을 넘어 지혜가 생길 즈음에야, 비로소 나란 사람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다. 

이처럼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지 않으면 그 세상은 결코 나의 세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세상은 무채색 도화지와 같다. 

그 도화지에 어떤 그림이나 글을 남기든 선택은 오롯이 스스로의 몫인 것이다. 

행복으로 가는 길이 반드시 아름다운 것으로 채워지지 않듯이, 불행이란 늪도 반드시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도전은 성공이란 달콤한 열매를 열리지만 반대로 실패라는 고통이란 원치 않는 선물을 주기도 한다. 

파랑새라는 동화처럼 행복은 늘 곁에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너무 행복에 집착하여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에게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억눌려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현실을 받아들여 만족함으로써 행복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상에 반항하기보다는 그 속에 속하고 순응함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란 고무풍선과 같아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은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이리저리 좌충우돌 정신없이 살았어도 시간이 흐른 뒤, 내게 주어진 파이는 늘 그대로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동안 만나고 헤어지고 또 주어지고 사라진 수많은 것들이 단지 우연이 아니었음도 말이다. 

그러나 누군가 함께 함으로써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로 인해 행복했음도 사실이다. 

내가 인식함으로써 나의 세상인 것이다. 



비단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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