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마음과 합쳐질 때 상대방에게 더 큰 감동을 준다


우리나라 전례동화 중에 당나귀 귀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이야기 인즉, 신라 제48대 경문왕이 즉위 후에 별안간 귀가 당나귀처럼 길어지기 시작했다.

황후와 궁인들은 모두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으나 오직 금군수장인 북두장만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평생 그 비밀을 간직하던 북두장은 죽기 전에 도림사지 근처의 대숲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 지른 후,

흔히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제대로 알고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진실을 안다는 건 때로는 차라지 그 진실이 가려져 있을 때보다 추할 때도 있다.

겨울 날 대지에 내린 하얀 눈이 시간이 지나 녹거나 먼지가 내려앉아 검게 변한 모습이 그렇다.

사랑과 우정과 같은 소중한 사람들과 연관된 정에 대한 착각도, 시간이 지나 서로의 진실된 모습을 아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아는 것이 병이라 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알아도 모른 척 넘어가야 하는데, 왠지 내게 불리하거나 나쁜 것에는 꼭 뒷말을 하게 된다.

지금 대다수의 서민들이 소위 힘 있는 사람에게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뒤돌아 수군거려야 하는 지경에 처했다.

어쩌다 법을 위반해도 징역살이보다는 집행유예로 끝나는 판결이 대다수다.

돈 없고 빽 없으면 알면서도 불공정한 게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혹여 오해할까봐 마음 상할까봐 노심초사하게 된다.

싸움의 원인을 곰곰이 따져보면 거의 대부분 말로 시작되고 말로 종결된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처럼, 소중한 사람일수록 말을 가려야 그 소중함이 오래가는 것이다.

아마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살아도 마음 아파하는 일은 훨씬 줄어들 런지도 모른다.

혹여 피해라도 오지 않을까봐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가슴에 응어리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말은 소통의 기본이다.

말을 통해 서로의 마음과 의사를 명확히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말이라도 상대방의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에 하고 싶다고 덥석 말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때로는 진심을 다해, 또 때로는 가식적이거나 아부적 말도 해야 하는데,

무슨 말을 할지 이미 표정으로 나타나 그것마저 쉽사리 꺼내지 못하니 난 늘 사회생활에 미숙한가 보다.

친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을 더 하지 못한다.

말하지 않아도 지레짐작 상대방도 이미 알 것이란 생각은 그저 나만의 착각이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내 마음에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망설이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사랑하면서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고, 고마우면서 고맙다 감사하다 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

말은 마음과 합쳐질 때 상대방에게 진정 더 큰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비단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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