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되어버린 사람이여


불러봅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할 수 없는 지난 추억의 그림자를 불러봅니다.

눈을 감고 듣는 그 시절의 목소리와 시나브로 스쳐지나가는 모습들이 생각납니다.

함께 머물었던 그 시절에 맺었던 언약들과  강렬했던 순간들이 이젠 하나 둘 과거란 시간 여행을 시작하려 합니다.

오늘 다가오는 것조차 기억으로 남지 않는 수많은 시간은 그거 세월 저 편으로 사라지듯이 그렇게 말입니다.

기억 속에서만 남아있을 땐 그저 추억이지만,

어쩌면 누군가를 기억에 떠올리는 순간, 바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제도 만났고 오늘 또 함께한다고 해도, 누군가 서로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지 못하면 그저 스쳐가는 시간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추억으로 남겨졌더라도 그 모두가 그리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움으로 남기 위해서는 그 때에는 미처 채우지 못한 마음의 여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평생을 함께 보내고서도 그리움이 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스쳐지나가는 바람처럼 잠깐 머물렀을 뿐이지만 평생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누군가의 그리움이 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가슴에 커다란 울림을 울려야 합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때로는 절절한 사랑으로, 또 때로는 통곡으로, 술이 익어가듯 숙성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가슴에 머문 울림이 점차 사그라져 재가 되듯 그리움으로 변해갑니다.

나이가 세월을 품어 갈 때쯤이면, 가슴속에만 남아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혹은 인적이 드문 거리를 걷다보면, 왠지 모르게 낯익은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처음 간 장소, 처음 만난 풍경이지만 가슴이 알고 있습니다.

늘 누군가와 함께 하지만 왠지 모르게 채울 수 없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이러한 것들이 바로 그리움입니다.

그리움은 말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움은 추억이란 일기장에 상상이란 물감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그래서 뚜렷한 실체가 있거나 대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나의 가슴이 간구하는 지난 시간의 여백을 채워나가는 소망과 같습니다.

그리움이 되어버린 사람이여!

가슴으로 곡을 만들고 가슴으로 가사를 쓰고 가슴이 아니면 부를 수 없는 나의 노래를 들으소서.

그리하여 잠시 동안만이라도 내 가슴이 말하는 고백을 들어 주소서.

그리고 나에게 비록 한순간일지라도 평생 동안 간직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 하소서.

아직 내 가슴에 남은 사람이여, 그리운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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