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사랑

그 여자가 말합니다

열 번 스무 번 마음이 닿아도 눈앞에 없으면 

그 남자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궁금하여

어디야 물었을 때 

미심쩍은 대답을 하면 속이 상합니다


그 여자가 말합니다

사소한 그의 습관이 좋고

사소한 그의 버릇을 닮아가면서도

그 남자가 가끔 낯설 때 더러 있어서

얼 만큼 사랑해라고 묻습니다 

많이 라고만 대답할 때

많이 라는 것이 얼 만큼입니까


그 여자가 말합니다

그 남자가 지나치게 구속해도

욕심이라는 전제를 배재한다면

구속받는 게 사랑이고 행복이라 여기지만

그 여자가 어디서 무얼 하던지 믿지 못하고

버럭 화내는 날이면 기막히고 속이상해

가슴이 터집니다



그 여자가 말합니다

그 남자의 목소리가 자욱한 안개 되어

가슴으로 젖어들면 

꿈결에도 그리움으로 닿지만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보고픔이 넘쳐도 무덤덤한 척

그리움 빼곡해도 태연한 척

늘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사실은 그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합니다

그러나 사랑해라는 말을 오래도록 듣고 싶다는 

그 남자의 말을 믿기 때문에 참습니다



그 여자가 말합니다

비누거품처럼 몽글몽글 부풀었다가 

흔적 없이 사라지는 사랑은 싫습니다

맥주거품처럼 넘쳐흐르는 사랑도 싫습니다

그 남자의 눈에

그 여자의 눈에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오래도록 사는 것

오래오래 곁에 두고 아끼며 사랑하는 사람

서로의 심장이 되는 것입니다



비단채

칼럼·단상·포토에세이·저널리스트 김진철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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