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노동조합 가입 꺼리는 이유


가정A, 민간B, 구립C 어린이집에서 일하던 보육교사 3명 중 2명은 구청과 복지부에 어린이집 비리에 대해 민원을 넣었고, 다른 한 명은 어린이집측에 종종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의 민원 제기로 어린이집에 대한 감사가 실시됐고, 어린이집들은 보조금 환수조치와 운영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그러나 어린이집 비리를 제보했던 3명의 보육교사는 1년 이상 재취업을 할 수 없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말로만 듣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짐작할 수밖에 없었고 이 사안에 대해 보육교사노동조합에 상담을 의뢰했다. 이들이 말하는 어린이집의 실태는 다음과 같았다.

 

"블랙리스트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운 교사가 과연 있을까요? 

보육이 중요하다고 세상이 얘기하면 뭐하나요, 우리는 채용되는 순간 말 못하는 노예가 돼서 묵묵히 일하다가 나중에 무사히 이직에 성공하면 또 다른 원장의 노예로 살아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고리를 끊어내는 사람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너무 억울한 심정에 상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 교사 D

 

"거짓으로 어린이집 평가인증을 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는데 '점심값'을 내야하고, 형편없는 급·간식을 보고도 아무 얘기도 못하고, 월급의 일부가 몇 달치나 입금되지 않아도 참아야 했습니다. 사무용품을 제대로 사주지 않아 내 돈으로 사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참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민원을 제기했는데, 어린이집에서는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 뒤로부터 '우리 어린이집에 같이 일할 수 없는 교사가 있다'는 등의 말로 퇴사 압력을 했습니다. 저 역시 '더 같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퇴사를 하고 재취업을 하려는데 이상하게 아무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 교사 E

 

"같이 일했던 교사를 통해 원장이 종종 '그 교사 쓰면 원장님이 죽어요'라는 내용으로 통화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나에 대해 묻는 원장과 일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다시 아이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 - 교사 F


 


보육교사들이 노동조합 가입 꺼리는 이유


보육교사노동조합으로 많은 상담 요청이 온다. 의뢰자의 얘기를 듣다 '억울함을 안고 평생을 어찌 살아가나' 하는 마음에 같이 울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어린이집 문제에 보육교사 혼자 맞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일부 보육교사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상담을 요청한 의뢰자에게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하면 '재취업이 힘들 것 같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더 나은 보육환경을 위해 함께 싸워보자고 권유하지만 "저의 얘기 들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말만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이렇게 보육 현장을 떠나거나 어쩔 수 없이 참는 선생님들을 보면 답답하지만 그들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보육환경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들은 정말 많다. 어린이집 내에서는 ▲저질급간식 및 적은 양으로 많이 먹이기 ▲불법 파트타임 강제로 보육교사들의 임금 착취하기 ▲교구교재·특별활동에서 남기기 ▲허위 영유아·교사 만들기 등이 있으며 이에 대한 관리 감독 방안은 없다. 결국 내부고발이 필요한데, 내부고발자의 길을 선택한 보육교사들은 신분에 위협을 받는다.

 

이런 열악한 어린이집 내 환경뿐 아니라 국가의 보육 정책과 관리감독 실태 또한 보육환경을 엉망으로 만든다.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교사 대 아동의 비율이 너무 높다. 또 보육시간과 분리돼 있지 않은 수업준비 및 평가 시간도 문제다. 이외에 ▲보육교사의 장시간 근무와 저임금 ▲민간어린이집 설치 및 관리감독에 대한 규제 부실 ▲가정어린이집에서 원장이 담임을 겸임하는 것 ▲적정한 인력충원이 아닌 CCTV설치로 인한 감시통제 ▲적정한 인력충원 없는 무리한 평가제도 ▲보육프로그램의 다양성 무시하는 획일화 된 국가중심 보육프로그램 등을 문제로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어린이집 특별활동 관련 수 억 원대 불법 행위들이 폭로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언론을 통해 어린이집 교사 블랙리스트가 존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법적으로 '이력서'를 받은 기관이 다른 사람에게 그 내용을 알리는 것은 위법이다. 이것은 개인정보유출이며 취업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을 하는 것은 취업방해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원장들끼리 보육교사 블랙리스트를 공유하는 것이다. 

보육교사협의회는 원장과의 1:1 계약에서 벌어지는 불법들을 끊어내는 것이 안전한 보육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보육교사의 신분보장을 위해 지자체 또는 책임 있는 공적기관이 보육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이는 노동조합의 주요요구 중 하나이며, 교사 대 아동비율 축소와 같이 보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보육교사, 하루 12시간 근무하고 월 144만 원 받아


보육교사 임금과 관련된 각종 조사들을 참고하면, 보육교사들은 대략 하루에 10~12시간 근무할 경우, 월 평균 144만 원을 받는다. 이 임금 중 1/3정도는 지자체와 정부가 매칭으로 지원하는 처우개선비+근무환경개선비(또는 누리수당)다. 민간·가정어린이집에서 일하는 영아반(만0~2세)의 담임인 경우에는 약 35만 원이 수당이고, 유아반(만3~5세)의 담임인 경우 약 40만 원 정도가 수당이다. 이 임금은 기본급이 낮은 보육교사의 형편을 고려해 자치구에서 보육교사에게 직접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이미 자치구에선 교사의 처우개선비 및 누리수당/근무환경개선비가 직접 지급되고 있는 상태다. 또한 보육교직원 채용 시 모든 이력서와 자격증 등, 채용에 관한 증빙서류가 지자체로 접수되어 임면보고가 완성되고 있다. 대체교사 및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보조 인력과 같은 경우, 100% 지자체로부터 지원된다.

 

이처럼 보육노동자의 지자체 직접고용은 현재로도 전혀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연령에 따른 보육료(교구교재비, 급간식비)와 시설규모(총 정원, 보육교직원수, 특수보육의 형태)에 따른 운영비를 어린이집 운영비로 직접 지급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보육교직원임금기준을 재편하여 정부 및 지자체가 보육교직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현재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얼마 전 출간된 <어린이집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50가지>라는 책에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보도된 어린이집 부정 사례들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블랙리스트'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 세상에 호소한 교사들의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책이 발간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에도 보육현장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아직도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사람들 덕분에 보육공공성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고, 국공립어린이집 확충과 보육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보육의 질을 높이는데 필요한 일임을 알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보육교사로서 바람이 있다면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영유아기의 한 부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즐겁게 놀고, 행복할 수 있는 보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보육환경'을 만들어주는 보육노동자가 되고 싶다.



비단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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