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우울증·조울증 치료와 임신


산후우울증을 앓는 젊은 여성 환자들을 치료하다 보면,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문제를 피해 가기 어렵다.

이 중에서도 가장 결정이 어렵고 난감한 경우는, 우울증으로 병원에 다니며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도중 아이가 생긴 것을 알게 된 경우와, 임신 도중 발생한 심한 우울증 증상으로 병원에 찾아오게 된 경우다.

조사 방법에 따라 약간씩 다르나 꼭 치료가 필요한 명백한 우울증은 열 명 중 한 명 이상은 흔히 겪을 정도로 흔하며, 또 남성에서보다 여성에서 두 배 가량 많이 발생하고, 20대에서 40대 정도에 처음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다 보니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서는 막 예비엄마가 된 우울증 환자나 우울증에 걸려 찾아온 예비엄마를 적지 않게 만나게 된다.

 


우울증에 대한 약물치료를 하는 동안에는 임신을 하면 안 될까

 

일반적으로 우울증에 대한 약물치료 시작 전에 가임기 여성에게는 임신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고, 약물치료를 시작한 뒤에도 피임하시는 것을 권유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는 대부분의 정신과 약물이 태반을 통해 아이에게 전해지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종류의 정신과 약물도 태아에게 완벽하게 안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엄마의 경우 각종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들의 불균형으로 인하여 뱃속의 태아에게 조금이라도 안 좋은 영향이 있을 수 있고, 임신 중 그리고 출산 후 엄마의 우울증상과 스트레스도 신생아한테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아이가 적절한 보살핌을 받는 데 바람직한 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치료를 받고 나서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울증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도중에 임신이 되어버렸어요. 아이를 포기해야 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흔히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정도의 위험보다 약물치료로 인하여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위험, 즉 태아의 기형이나 난산 등은 그다지 높지 않다.

따라서 임신중절 등은 일반적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우울증에 대해 약물치료를 받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건강한 아이를 순산한다.

우울증의 정도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였을 때, 조심스럽게 약물을 중단하고 비 약물적인 치료를 통해 증상을 관리하는 경우도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섣불리 약물을 중단하는 것이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해로운 상황도 적지 않는다.

따라서 이럴 경우 즉각 산부인과 의사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찾아 상의를 하고 최선의 치료와 산전관리 방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 중 우울증이 심하게 온 것 같아요. 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을까요?


임신 중 우울증상을 경험하고 있다면 산부인과 의사 및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의 상의가 꼭 필요하다.

우선, 약물치료 외의 상담치료, 주위 환경 및 스트레스 관리, 약물 없는 입원치료 등으로 약물치료 없이 관리가 가능한 우울증인 경우 약물을 처방하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 특히 자살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약물 없이 치료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럴 경우 태아와 엄마한테 미치는 득실을 계산해서 가능한 태아한테 안전하면서도 엄마의 우울증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약물의 종류와 용량을 선택하여 조심스럽게 치료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엄마들이 임신 중의 우울증을 극복하고 건강한 아이를 잘 낳는다.




조울증을 진단 받았을 때



조울병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한번에 ‘아 그렇구나. 잘 치료 받아야지’라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이 어떻게 진단을 내리는지 (인터넷에서 진단기준에 대한 내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왜 조울병인지 설명을 들어도 진단을 듣고 난 후의 여러 가지 생각이나 복잡한 감정을 다스리고 진단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당뇨나 심장병과 같은 내과적인 진단을 받은 사람들도 진단을 받아들이는 데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정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처음에는 두려움, 분노, 슬픔, 실망, 절망, 죄책감 등의 감정을 경험할 수 있다.

어쩌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병이나 치료에 대한 필요성을 부인하고 싶을 수도 있다.

특히 조울병에서의 기분 변화는 우리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분의 상승 또는 하강과 질병의 상태를 구분하기가 어려운 특성으로 인하여 원래의 기분변화가 좀 더 심해진 것뿐이라고, 또는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 변화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여길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질병이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의 많은 부분을 설명해줄 수 있어 죄책감과 자기 비난을 완화해주는 것에 안도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또는 질병에 대해서 인식할수록 과도하게 신경을 씀으로써 모든 문제들, 감정적인 대응방식, 관점, 태도와 습관들을 전부 장애의 일부로 받아들여 이차적으로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릴 수도 있겠다.

우리는 진단을 ‘받는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상당히 수동적인, 원치 않는 상황에 타의로 노출된 느낌이다.

이것은 알 수 없는 대상이 앞으로 내 삶을 지배하지 않을까 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이며 그것을 내가 컨트롤 할 수 없을까 봐 겪는 두려움일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조울병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조울병 진단은 사형선고가 아니다.

조울병은 조현병과 같은 다른 정신질환에 비하여 증상이 비교적 삽화적이고 조증이나 우울증 상태에서 회복한 뒤에는 비교적 기능유지를 잘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조울병이 내 삶에 영향을 덜 끼치도록 내가 주체가 되어 조절하겠다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한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나의 병력을 돌이켜 보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한 개인의 병력을 돌이켜 보면 얼마나 자주 재발되는지, 삽화의 기간은 어떤지, 계절성은 없는지, 스트레스와 관계가 있는지, 약물의 반응이나 부작용은 어떠했는지, 약물 중단 후 재발되지는 않았는지 출산 등의 호르몬 변화와 관계가 있는지 등의 패턴이 그려지고 이는 앞으로의 조울병 관리를 위한 지도(map)가 될 수 있다.

조증이나 우울증 발생의 초기 증상을 인지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일단 기분삽화의 증상이 시작되어 심해지면 점차 인지기능,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일상생활의 기능이나 대인관계에 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해지면 그 자체가 다시 기분증상을 악화시키는 스트레스로 작용하며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의 초기증상을 인지한다면 시기적절한 약물조절과 수면관리, 대인관계와 업무조정 등으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치기 전에 증상의 악화를 예방할 수 있겠다.

이러한 초기 증상도 개인마다 조금씩 다르고 반복되는 경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앞서 이야기 한 개인의 병력 탐색이 도움이 되겠다.

내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고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도 중요하다.

초기증상이 본인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경미하여 타인에 의해 감지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특히 경조증이나 조증에서 환자 본인은 평소보다 더 편안하고 기분이 들떠 경조증이나 조증 상태에 머무르려 하는 경향이 있어 치료적인 환경에 빨리 들어오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증상 없이 안정적인 시기에, 본인의 평상시 모습이 어떠한지 돌이켜 보고 증상이 조금씩 생길 때 어떤 변화가 있는지 가족이나 지인과 충분한 대화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어떤 약물을 어떻게 왜 복용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해서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하다. 증상이 있을 때 외에도 재발을 예방하기 위하여 약물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이 약물치료의 효과와 목표에 대해서 인지하고 이를 이용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조울증에서는 조증상태와 우울상태, 그리고 비교적 증상이 없이 안정적인 시기의 유지치료에서 사용하는 약물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의 변화가 있다면 약물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며 임의로 약을 복용하는 것은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조울증을 다스리기 위해서 규칙적인 외래 내원, 규칙적인 약물 복용, 혈액검사, 수면 주기를 일정하게 하는 것,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 일상생활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울병을 조절하고 유지하는데 유리한 생활방식을 취하는 것이 직업적인 성공, 대인관계, 건강, 사랑과 임신 등의 삶의 목표를 포기하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 조울병의 특성과 내 개인의 병력, 그리고 약물을 알고 대처한다면 충분히 내 삶에 조절감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비단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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