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하얗게 흩날리는 벚꽃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달은 4월이다.

왜냐하면 사방이 새롭게 피어나는 벚꽃 천지가 되고, 나뭇가지마다 연두색의 잎이 너무나 싱그럽기 때문이다.

앙상한 나뭇가지도 그런대로 운치가 있고 한 여름 짙은 청록은 다소 답답한 느낌을 주기에 난 4월의 연두색이 주는 생명의 환희가 좋다.

바싹 가문 대지에 여인네의 눈웃음 같은 봄비라도 내린 아침에는 세상이 살아나날 듯 대지의 운무의 몸부림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아름답게 살아난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대자연은, 풋풋한 아가씨가 옷을 갈아입듯이 아침과 저녁이 다르다.


산야를 걸어보면 몸에 부딪쳐 오는 바람결이나 공기조차 다르다.

여름에는 땀을 흘려도 끈적끈적하나 지금은 오히려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와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4월의 각종 꽃 축제의 달이다.

이 곳의 경포벚꽃축제뿐만 아니라 매화, 유채꽃, 복사꽃, 배꽃, 산수유, 진달래.

꽃이 만발한 곳이면 어디서나 축제가 열린다.

지방자치제도 시행 이후 그 지역의 특색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축제들이 넘쳐나지만 그래도 자연을 이용한 이런 꽃 축제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난 축제를 벌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과 어울리는 것들을 좋아해야 하는데 난 사람들과 차량이 뒤엉켜 법석거리는 번잡함이 싫다.

그래서 이 곳 벚꽃 축제도 주로 아침 일찍 새벽에나 늦은 밤에 가 보곤 한다.


인적이 끊어진 호숫가를 달빛 아래 하얗게 흩날리는 벚꽃을 맞으며 화려한 불빛 속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밤의 애상은 정말 환상적이다.

4월은 세상의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달이다.

사람은 사실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세상의 변화를 인식하는 사람은 없다.

우연히 아는 사람의 자식들의 부쩍 자란 모습에서 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주름진 얼굴과 하얗게 서린 내린 머리카락에서,

세월의 흔적과 만나게 된다.

무엇인가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지만 나이가 들수록 하나둘 사라지는 자신의 꿈을

볼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세상의 일에 초연하게 되어 버린다.

그래서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일조차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눈감고 외면하기 십상인지도 모른다.

항상 깨어있는 자, 생각하는 자로 남고 싶지만,  세상에서 자신이 할 일은 크게 많지 않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 사람은 좌절하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4월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아침의 햇살이 다르고, 공기의 싱그러움이 다르고 나목들의 빛깔들이 다르듯이 사람들의 표정이 다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여있어도 왠지 앞으로는 잘 될 것 같은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아마 누구나 지난 세월을 다시 산다면 지금처럼 살고 싶다고 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딱히 후회가 가득한 삶이였다는 것보다 지금의 처지가 되기까지의 잘못을 수정하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해서일 것이다.

4월은 이러한 지난 세월의 아픔이나 못다 이룬 일들에 대한 후회조차 잊어버릴 만큼 활기가 넘치는 달이다.


비단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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