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목이 멥니다



세탁기에서 방금 꺼내

섬유린스 풍기는 빨래를 옷걸이에 걸며 

가슴 저변 송두리째 우울이차지하는 찰나

갓 우려낸 녹차의 풋풋한 향이 

그리움으로 울컥 오르는 이유는 

지금 내 마음의 창을 두드리며 쏟아지는 빗소리

지금 창밖엔 자드락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천둥을 끼고 말이지요 


아! 나가야지

빗소리에 마음 젖어 나가야 한다고

빗물에 옷깃 적시고 싶어 나가야 한다고

신발을 꿰는 동안에도 마음 급해지는데

창밖은 내 맘 알아 달구비가 내리는군요 


요란해진 빗소리 

녹차 향에 섞어 마시고픈 아릿한 가슴

나는 가끔 이렇게 무지랭이가 되어

그리움으로 목이 멥니다


내 젖은 마음속 헤아릴 줄 몰라도

표정이 선한 사람

어떤 말을 해도 싱긋 웃어주는 사람

한 번도 만난 일 없는 

낯선 이방인일지라도 빗길에서 

나를 닮은 당신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식어버린 찻잔을 사이에 두고 

계절의 틈바구니에서 신음하는 모든 것들

측은한 시선으로 함께 바라보는 시간

아픔이 있었다면

슬픔이 있었다면

잊히지 않는 그리움이 있었다면

쏟아지는 빗속에 모두 던져 버리라고

커다란 지우개하나 넌지시 건네는

당신이면 좋겠습니다



비단채

칼럼·단상·포토에세이·저널리스트 김진철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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