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난 잊고 잊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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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것일수록 잊음은 축복이요, 행복한 것일수록 잊음은 커다란 슬픔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기억은 잊어도 좋을 것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나눠져 있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과의 함께 했던 기억이나, 어린 시절 순수했던 동심의 친구와의 추억.

여행하면서 보았던 멋진 풍경과, 어렵고 힘들었던 과정을 이겨냈던, 자신이 가장 빛났던 경험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 부모님의 속을 썩였던 철부지시절의 잘못이나, 자신의 양심을 저버렸던 일들은 기억조차 하기 싫을 것이다. 

어쩌면 잊어지지 않는 기억은 마음의 충격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아픔이나 상처가 마음에 상흔으로 남을 정도라, 아무리 시간이 자나도 쉽게 잊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좋은 기억이 잊혀져간 빈자리로, 힘들고 아픈 기억들로만 채워져, 우리를 외롭고 슬프게 하는지도 모른다.

분명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이 이미 지나갔음에도 그 순간의 아픔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행복을 받아들이기에는 우리의 마음이 너무 가난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그 행복조차 느끼지 못하는 걸까? 

나이가 들면 모두가 허망하다. 

일상의 모든 것들이 습관처럼 그저 그렇다. 

뜨거운 사랑이나 일에 대한 열정이나 마치 남의 일 인양 무덤덤하다. 

애써 무엇인가를 잊으려하지 않아도 불안하고 복잡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그냥 묻혀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목조목 헤아려보면 이미 가지고 있은 것도 많은데 늘 무엇인가 부족하게 느껴져 쪼들려 산다. 

아마 늘 빈손이어서 무엇인가를 쥐려고 하는가 싶기도 하다.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한 진정한 이별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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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얼굴이나 모습은 희미해도 그 사람과의 추억들은 세월은 흘러도 더 선명해진다. 

왜냐하면 삶에 쫓겨 평소에는 잊은 듯 살아왔어도 진정 소중한 것은 가슴에 남아 사라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이야 나이 탓인지 조금 전에 한 말조차 잘 기억나지 않아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굽이굽이 삶의 고비마다 맺힌 감정들은, 굳은살이 배기 듯 세월이 흘러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미움도 원망도 그리움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잊고 싶은 것들이 너무너무 많다. 

아마 그것은 현재의 내 삶이 행복하지 않은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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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기억들이나 과거에 저지른 잘못과 실패가 자라 현재의 삶으로 귀착된 것이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은 왠지 짧게 느껴지고 슬프고 불행했던 시간들은 유난히 길게 느껴져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들 때 지인들의 관심에서 잠시 잊혀졌으면 하는 희망을 갖게 된다. 

잊음으로 새로운 인연이 생기고 잊혀짐으로 나쁜 인연과 단절도 필요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쁜 것일수록 빨리 잊고 좋은 것일수록 오래 기억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잊혀짐으로 행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은 잊혀진 사람이라지만, 어차피 삶을 같이하지 못할 사람이라면 한시 빨리 잊는 것이 좋다. 

 때로는 잊고 싶은데 잊지 못하는 것도, 기억하고 싶은데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또 다른 불행이라 할 수 있다. 

남겨져 누군가의 짐이 되기보다는 잊혀짐으로 자유로워야 한다. 

 이렇게 어느 날 나는 잊고 잊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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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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