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진자리에는


벚꽃은 견디기 힘든 겨울을 나목으로 버티고, 지나가는 강풍에도 묵묵히 지나치고 예쁜 꽃으로 고통을 이겨낸 기쁨으로 행복을 누리고 있다.

역경 끝에 얻어진 행복이라 그 누구도 언짢아하지 않는다.

기나긴 겨울의 고통에 비하면 일주일 정도의 행복은 야박하기도 한 것 같다.

행복이란 한 곳에 몰려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다른 생명들처럼 잎이 나고 봉오리를 맺고 꽃이 피면 애절함을 좀 덜 수 있어 행복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벚꽃은 완성되지 못한 행복으로 보여 진다.

어쩌면 이 후에 더한 행복이 다가올지, 혹한 겨울이 한 번 더 올지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벚나무는 완성되지 않은 행복을 더 이끌고 싶지는 않을까.

나체에 꽃을 피우고 부끄럽지 않는 행복을 느끼는 것을 보면 행복은 원래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부터 오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벚나무는 세상의 이치를 알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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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꽃을 피우려면 엄청난 에너지를 저장해야 할 것인데, 그 어려운 고통의 시절에도 세파와 싸우면서 꽃을 피울 에너지를 저장해 왔다는 것이 아닐런가.

완성되지 못한 행복의 지나감은 그 다음에 다가올 잎의 향연으로 달콤한 행복을 더욱 가슴에 담음으로써 그토록 바래왔던 열매를 맺는다.

열매는 잎의 보살핌으로 솔솔 부는 바람의 자장가 속에 행복을 익혀 간다.

그 행복의 대가로 나그네에게 편안한 그늘을 만들어 행복을 찾으러 다니는 생명에게도 그 여유를 선사한다.

벚꽃이 진자리에는 그 다음의 행복을 준비하는 자리가 되는 걸 우리는 보고 있다.

이것을 자연의 이치라고 말하면 우리의 가슴에는 행복을 준비하기 보다는 멍을 받아들이는 자리가 되어 가슴 저며 온다. 사람은 자연의 이치를 거역하며 살아야 행복의 씨앗을 맺을 수 있을 것인가.

벚꽃이 진 자리에 겨울 속에서 뒤틀어진 세월호가 맺힌다.

행복이 맺혀야 할 자리에 자리를 잡은 저 세월은 사람이 어떻게 감내함으로써 행복으로 바꾸어 맺히게 할 수 있을까.

그저 세월이 약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인가. 

벚꽃은 행복을 매달기 위하여 그 고통의 세월을 빈 몸으로 투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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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태껏 희망으로 키워온 열매들을 피해 갈 수도 있었을 광풍에 날려버리고 말았다.

벚나무가 맨몸으로 막아 내던 광풍을 우리 인간은 멍하게 바라보며 되찾을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다.

벚꽃은 잎을 키워 열매를 보호한다.

사람은 세월이 흘러 만들어진 벚나무의 까맣게 때 묻은 외형만 보고 있었을 것이다.

소리 없이 다음을 준비하는 벚꽃.

겉으로 소리 높여 떠들면서도 광풍이 어떻게 오는지도 생각치도 않는 사람들.

그리고 광풍이 오면 무슨 짓 하고 있다가 광풍이 오는지도 몰랐느냐며 서로를 헐뜯는 그것이 본연의 인간 모습인 것 같다.

새로운 싹으로 꽃을 피워 행복을 갖다 주려던 열매들을 보낸 우리는 지금도 그 아픔을 같이 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 열매 와 그 나무들만 베어버릴 듯 나무라고 있다.

떨어져나간 열매들은 씨앗을 내릴 땅조차 없는 곳에 떨어져 바로 눈앞에 다가온 공포들을 어떻게 감당하였을까.

뿌리도 내릴 수 없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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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도 감추어진 무서움만 등위로 다가오는데 뿌리를 내릴 생각이나 했을까.

왜 이런 광풍이 하필 덜 익은 씨앗에 달려들었을까.

벚꽃이 진자리가 그렇게도 아름다움으로 채우는데 우리 인간들은 왜 그다지도 목마르게 살까. 광풍은 언제라도 불어 올 수 있는 것. 우리는 언제쯤이나 자신의 자리를 지켜 광풍의 미친 짓을 끝내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벚꽃은 그냥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고, 자신의 행복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에 더 행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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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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